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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유예 과연 온당한가
기사입력 2014-12-27 오전 9:43:00 | 최종수정 2015-01-29 오전 10:06:06        

  전세복 편집장 

박근혜 정부가 집권 첫해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종교인 과세가 결국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종교계 일각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와 집권 여당이 시행 유예 기간만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새누리당이 요구한 2년 대신 1년으로 유예 기간을 단축했다. 하지만 2016년 초부터 실시될 가능성 또한 매우 희박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번만큼은 '종교인 과세'를 관철하겠다던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으로 끝나게 됐다. 2016년 총선거, 2017년 대통령 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박 정부에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과세에 반대하는 종교계의 대표적인 논리는 '성직자의 활동은 노동이 아니라 영적인 봉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속의 법률관계에서는 성직자도 노동자다. 대법원은 지난 3월 교회에서 해고된 목사가 낸 소송에서 "종교단체의 민사 관계에 민법이, 형사 관계에 형법이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용 관계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것을 두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종교인 과세를 실시하는 데 법적·제도적 장애물은 별반 없다. 모든 국민은 납세의무를 가진다는 헌법상의 '국민개세(皆稅)주의'를 누가 반대하겠나. 가톨릭은 이미 1994년 주교회의 결의에 따라 대부분의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지 않은가. 불교와 개신교에서도 승려와 목회자 스스로 세금을 내거나 종단에서 소득세 신고 활동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론 목회직을 사기업처럼 대물림하는 일부 교파가 반대할 수도 있고, 표를 의식한 야당의 소극적 자세도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종교계 다수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대원칙은 지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선거에서 이해집단의 반발 가능성에 지레 겁먹기에 앞서 스스로의 개혁 의지 박약을 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의 중점 과제로 노동·교육·금융·공공 등 4대 구조개혁을 꼽았다. 집권 3년차인 내년이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기 때문에 개혁의 추동력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구조 개혁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도 여건이 훨씬 더 나빠 정부가 웬만한 결기 없이는 해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역대 정부가 하다하다 힘들어 팽개쳐 둔 과제들이 쌓여 있다"며 "이를 해결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자 팔자"라고 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당정의 의지가 이렇게 박약해서야 앞으로 각종 연금 개혁이나 구성원들의 고통 분담이 필요한 노동·교육·금융·공공 등 4대 구조개혁인들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나. 이제라도 당정이 심기일전해 멈춰저 버린 개혁 의지를 되살려 국정의 의지를 바로 잡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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